유난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저자의 애를 먹였던 이 소설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인 주인공의 페이스를 따라가며 천천히 적어 내려간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이 써야 하고, 자신밖에 쓸 수 없었다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악마적 연쇄살인범조차도 감당할 수 없었던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인생이 짓궂은 농담을 던질 때 순수하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성숙한 남성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너무나 강렬하고 섬뜩해서 웃을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이 던진 악마적 농담과 맞서는 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잘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BS 《육아학교》, 《60분 부모》 등 여러 방송 매체에서 멘토로 활약하는 교육전문가 민성원 소장의 아이 지능개발 실전서 『아이의 공부지능』. 수십 년간 교육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을 통해 기존 IQ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부 잘하는 머리의 실체를 연구하기 시작한 저자가 민성원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초등 Pre-G class’ 프로그램(지능검사 후 아이의 강점지능과 약점지능을 파악하여 수준에 맞게 진행하는 수업)에서 얻은 경험과 자신이 직접 뇌 과학, 심리 분야 이론서들을 읽고 현장에 적용해 보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담은 자녀교육 안내서이다.
변화의 진폭이 가속화됨에 따라 밝은 눈으로 만 리를 내다보는 안목이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책은 기존의 미래 예측서를 뛰어넘는 전복적인 사고와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통찰을 전하고 있다. 각각의 공동체와 개인은 지금의 변화와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대처하고 있는지,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 절박함 속에서 찾아낸 해답들을 통해 우리의 시야를 한 단계 끌어올려줄 것이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써야 했던 나날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을 보살피지 못했던 순간들, 과정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신음했던 시간들까지 스스로 흔들렸던 내밀한 경험을 고백하고, 그 안에서 얻은 자신의 깨달음을 전한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이 시대의 청춘이 겪는 삶의 희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SNS 속 세상에는 늘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해 자꾸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그 화려한 세상에 어울리고 싶어 나를 지우고 더 멋진 나를 연기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것에 매달리는 나 자신이 한심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더 나은 내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런 시간을 겪어 본 저자는 하루하루의 고단함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긍정의 메시지를 끄집어내 때로는 코끝 찡한 공감을, 때로는 가슴 벅찬 위로를 건넨다. 일러스트레이터 화가율의 그림이 사려 깊은 글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의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면 굳이 일의 의미를 묻지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 우리는 직업의 안정성, 나아가 삶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시대를 보내고 있다. 저자는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서의 일 혹은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조언들은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 자아실현은커녕 격무에 시달리며 ‘나’를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수상한 도깨비가 있다. 멍석도깨비이다. ‘멍석’은 새끼로 쫀쫀하게 짠 둥그런 자리이다. 멍석이 상징하는 것은 여럿이 모여 둘러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가족·함께·어울림을 의미한다. 오래 전 여러 자식을 둔 농부 박팽이 씨가 떠난 빈집이 수상하다? 마당에 무성한 풀이 마구 밟혀 있고, 이따금 두런두런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딸그락딸그락 살림하는 소리가 나고, 안방·사랑방·광 문이 열려 있고, 어느 땐 닫혀 있고, 큼큼! 누린내가 솔솔 풍기며, 개코(검둥이)가 자꾸 짖는다. 다락방에 홀로 숨어 지내던 멍석도깨비가 마당으로 나온 것이다. 멍석도깨비는 빈집에 고대로 간직된 살림살이 하나하나를 들춰보며, 많은 식구들이 멍석에 둘러앉아 지내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추억 여행을 떠난다. 특히 나무 팽이를 잘 깎아 만들고 팽이를 잘 치던 아버지 박팽이를 그리는 마음이 애틋하다. 객지에 나가 평생을 팽이처럼 팽팽 숨 막히게 살았을 그들이 언젠가는 도깨비들이 우글거리는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