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광훈이 한ㆍ일 근대사 150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도가 함락된 전쟁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조선이 전쟁도 없이 망했던 사건(한일합병)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조선은 왜 망했는가?’에서 시작된 물음은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이어졌고, 메이지유신 사적지를 따라가며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여정을 비교 분석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지금까지 그 어떤 역사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는 그러한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조선과 일본의 근대사를 비교 분석한 탐구적 역사 여행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100년 전 근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해 망국의 굴욕을 당했던 그때의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치열한 논쟁과 처절한 반성을 통해서 철저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것, 그것만이 동아시아의 격랑 속에서 국가의 자존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2014년 일본 NHK는 스페셜 ‘노인표류사회’ 시리즈 중 우리나라에서는 《노후파산》으로 출간된 ‘노후파산의 현실’을 통해 노후를 대비해 열심히 저축하거나 연금을 준비해왔던 사람들조차도 정작 노후에 이르러 파산을 했거나 파산 위기에 몰려 비참하게 살고 있는 현실을 통해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독거노인의 문제를 다뤘었다. 그 후속편인 『가족의 파산』은 부모와 가족이 함께 파산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자립하지 못하는 중년의 자녀,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나이든 부모들, 병들고 쇠약한 부모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중장년 자녀가 부모의 연금으로 생활하며 간병을 계속하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파산에 빠지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점은 도시로 나갔다가 실직 등의 이유로 본가로 돌아와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사례다.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중장년이 되어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어려워져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 나라는 장수를 기뻐하고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나이가 들어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이 왜 불행한 일이 되었을까? 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가족 파산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고령화,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의 재편, 신자유주의적 복지정책의 변화 등 일본과 비슷한 사회적 변동을 겪어온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일본과 비슷한 유형의 노인 빈곤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분만 '당하지' 않고 '출산할' 권리를 말하다. 한국의 병원 출산율은 198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00년대부터는 전체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출산 굴욕 3종 세트(회음 절개, 제모, 관장)’ 개념은 이미 산모들 사이에 보편화됐다. 모두 위생적인 출산, 태아의 안전을 위해 병원이 권장하는 방식이다. 출산 의료화 시스템 내에선 이 외에도 무통 마취 시술 등 각종 의료적 개입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혹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병원 출산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엄마가 있다. 저자 전가일은 32주 만에 제왕절개로 둘째를 낳았던 자신의 기억을 통해, 출산 의료화 시스템에 의문을 던진다. 총 일곱 가지 일화로 나뉜 저자의 출산기에는 당시 저자가 느꼈던 소외와 두려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전문가에게 맡기라”며 질문을 거절하고, “배가 왜 이렇게 작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몸을 평가하는 의료진으로부터 저자는 소외되고, 물상화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개별적인 경험을 통해 의료화된 출산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동시에 출산을 경험한 네 명의 여성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다양한 출산의 이면을 분석했다. 저자는 소외되고, 배제된 산모들이 출산에서의 주체성을 자각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산모가 환자가 아닌 여성이자 엄마로서 인식될 때, 분만을 ‘당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민구 대법원 법원도서관장이 진행한 화제의 강의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를 책으로 엮은 『인생의 밀도』. 2017년 1월 11일 부산지방법원을 떠나며 진행한 고별강연의 내용을 담은 책으로, 저자가 쌓은 사유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정돈하고자 노력한 성찰에 대한 중간결과를 만나볼 수 있다. IT 전문가로서,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수차례 격변을 경험한 시민으로서 60여 년의 세월과 경험에 비추어 정체되지 않는 인생과 변화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조언을 건넨다.
이 책은 고단한 현실에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끔 하는 책이다. 완전하지 못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저자 자신과 독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나’를 지켜줄 위로와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그저 웅크리고 버티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개입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머무르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 안에는 저자의 수많은 고민과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예리한 통찰 사이사이에 담긴 유쾌한 해학을 담아내며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 작가 위화의 산문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위화 작가의 마오쩌둥으로 일축되었던 극단의 시대에서 시장경제라는 또 하나의 극단의 시대로 가고 있는 기형적인 오늘의 중국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사생활 및 창작 일기, 독서 이력 등 작가로서의 인생 또한 활짝 펼쳐 보인다. 이번 산문집에는 위화의 독서담, 소설 창작 일기 등 작가 위화의 문학관을 바라볼 수 있는 산문도 다수 실려 있는데 소년 시절 겪었던 문화대혁명부터 작가 지망생 시절의 기억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위하가 책을 통해 밝혔듯 그의 모든 글은 ‘일상생활에서 출발해 정치, 역사, 경제, 사회, 문화, 감정, 욕망, 사생활 등을 거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 책에는 위화만이 읽을 수 있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따스한 휴머니즘, 웃음이 담겨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